착하고 조신한 레지나 레나 남주. 보통 린이라고 불리운다.
착하고 조신한 남주를 좋아하는데도 인상이 흐릿하고 마음이 가지 않아 고찰을 해보았다.
그결과 마음에 들지 않는 두가지 이유를 발견했다.
첫번째는 엄마인 나자에 대한 태도이다.
나자가 린을 원해서 버린것이 절대 아니다. 린의 조부모가 나자를 싫어해서 린을 죽인것처럼 속여 나자까지 죽여 버리려고 했고 린이 죽었다고 생각한 나자가 절망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나자가 린의 나라를 침략한 것도 린을 위한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황제의 명령 때문이다. 나자에겐 린의 조부모에게 복수할 약 10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고 그것만으로도 나자는 린의 아빠인 남편과 린의 조부모에 대한 예를 다했다고 볼수 있다.
그런데 린의 아빠와 조부모는 그런 나자에게 어떤 짓을 했냐 하면, 나자의 자식을 린의 아빠의 동생으로 키웠다. 애를 뺐었으면 대접이라도 잘 해줘야 하는데 보통 장남과 장손이 가문을 잇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린은 가문을 이을자격도 없고 재산도 적게 받는 푸대접을 받고 자라게 만들었다. 린의 아빠는 아내인 나자를 찾지도 않았고 린을 부양하지도 않았고 아내를 죽인 원수한테 린을 키우게 했고 자신은 1년에 한두번씩 린을 보러 올뿐 린을 돌보지도 않았다. 린 자신은 조부모의 사랑에 만족한 듯 해보이지만 좋아하지 않는 가문의 행사에 혼자 있다거나 부잣집인데 찹쌀떡에 감동한다거나 자기가 형이라 불리우는 사람이 아빠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채는걸 보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을 받고 자란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정말로 사랑했다면 최소한 장손으로 받아들이기는 했겠지만.
그리고 린은 이 모든 것을 알았으면서도 나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자살해 버린단. 린과 나자의 첫만남은 최악이었고 나자가 엄마로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었다고 해도 성인이 되었으면 자기 아빠랑 할머니할아버지가 한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텐데 그런 점은 조금도 나오지 않아서 린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자와 린이 재회했을때 린이 나자를 엄마로 받아들인것 같지만 그건 순전히 린에 대한 나자의 지극정성때문이고 린이 나자가 자기나라를 침략한일이나 조부모를 죽인 것을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모 작가의 자전적 만화에서 주인공의 가족은 주인공의 외삼촌한테 사기를 당해 단칸방에 살고 엄마는 파출부로, 아빠와 대학생인 오빠는 막노동꾼이 되어 버리고 고등학생이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어서 일은 하지 않았지만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다. 그 사기친 외삼촌은 주인공이 학교를 오가는 거리내에서 부자가 되어 아주 살고 있었지만 주인공의 엄마는 소송하면 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 소송을 하지 않고 자기 가족을 고생시킨다. 작가의 오빠가 외삼촌만 불쌍하고 막노동하는 아들은 안불쌍하냐며 따져도 그저 자기가 죄인이라고 말할뿐 절대로 소송을 걸지 않았다. 나는 이 엄마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린을 보면서 문득 린이라면 이 엄마를 이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린이 작품 속 등장인물이라 그 이유를 말해주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두번째는 북부와 이우라에 대한 린의 태도이다.
린이 공작회의에 부하들을 들여보내 취식을 하게 하는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균열이 열려 있고 망자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자기 부하들을 시켜 망자를 죽이기는 커녕 옆에서 망자를 죽이고 있는 북부군한테 망자를 떠넘겨서 북부군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행동을 한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게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어 린을 좋아할수가 없었던 것이다. 외곽이나 사람이 없는 데도 아니고 사람이 바글거리는 궁전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북부군이 좀만 덜 유능했어도 참사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린이 이우라를 싫어한다고 해서 큰일이 될지도 모르는 행동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린은 동부공이다. 황제가 그꼴이라도 공작이라면 아랫사람들은 보호해야 하는게 아닐까? 우리나라 웹소설이나 만화에서 주연급에 암군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데(예외가 있다면 프린세스의 비욘정도) 남주라는 캐릭터가 암군이 할만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내 마음에 들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외에 장벽너머 서부에 망자를 이용해서 자기 고향 사람들을 숨긴것도 그 자체는 재치있고 좋았지만 나자가 동부에서 균열을 닫을때 그 방법을 쓰지 않은 나자가 멍청해 보이고 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남부에 균열을 닫기 위해 전혀 도움주지 않아서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착하고 조신한 린이 마음에 안드는 이유는 위 두가지가 젤 크다고 할 수 있다.
덧
린의 고향에 대한 묘사 중에 하나가 동쪽에 있는 온화하고 예의바르다는데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한 행동이 외국인 며느리를 받아들이지 못해 손자를 미끼로 죽이고(실제로는 못죽였지만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 손자는 장손으로 인정하지 않고 선심쓰듯 차남으로 키우는 거라는게 너무 웃겼다. 조금만 덜 예의바르고 온화하다면 무슨 끔찍한 짓을 벌일지 상상도 못할 정도인데 다른 묘사까지 합쳐서 거의 한국이라는게 맘에 안든다. 아무리 띄워주면 뭘하나. 나자한테 한 행동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사악한 짓인데 아무도 나자한테 미안해 하지도 않고 나자도 사과받지 못하고 나자를 죄인취급만 하는게 웃길뿐이다. 휘든 진이든 적어도 나자앞에서 뭐가 그리 당당한지 이해가 안된다. 적어도 나자한테는 그러면 안되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