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은

상처들로 무늬를 이룬 하나의 커다란 사진이다.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데 유용하게 쓰여야 할 사진이다. 강민주의 테러가 잔인한 보복으로 끝나지 않고 가슴 더운 인간의 길로 접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가능하면 이 소설이 여성소설의 범주에서만 읽히지 않고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유형무형의 폭력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함께 읽히기를 감히 소망한다. 그것이 삶을 대하는 진정한 예의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 소설의 줄거리를 단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남자에 대한 증오와 원망으로 가득찬 강민주가 인기절정의 배우인 백승하를 납치하여 감금한다. 강민주에겐 조력자인 황남기가 있으며 황남기는 백승하와 함께 지내면서 점차 자기가 알고 있던 강미주의 모습과 다르게 변해가는 여주인공을 보다못해 총으로 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언뜻보면 작가의 말과는 달리 여주인공은 처음 목적과는 달리 인기 배우인 백승하를 사랑하게 되고 이를 질투한 남자조력자가 질투에 못이겨 여주를 쏴버리는 그런 흔하디흔한 이야기로 작가의 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말을 읽기전에, 점차 결말로 다가가면서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공이 죽고 감금에서 풀린 뒤의 백승하를 보면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작가의 말을 어쩐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굴절분노를 한 여주의 삼각관계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게 만든 작가님께 감사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최진실이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본적은 없지만 백승하 역의 배우가 의자에 묶여 있는 포스터와 예고편이 기억에 남아 있지만, 그 포스터와 예고편이 그 영화의 중심이라면 절대 이 소설이 나타내는 바를 담을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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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mk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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