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내가 알고 있는 역사 및 영화, 소설 등 창작물 중에서 

가장 황권이 강한 인물일 것이다. 

 

실제역사이건 창작물이건 훌륭한 여자 지도자는 많다. 그러나 어떤 작품이든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여자라면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단순히 여자나 여자이기때문이라는 성별 그자체에서부터,  옷차림이 어떻다던가, 성격이 어떻다던가 가까이하는 지인에 대한 불만 등 남자 지도자라면 붙지 않는 말들이 항상 따라다닌다. 심지어 실제 역사라면 소문으로서, 창작물이라면 남자인 단역캐릭터의 입을 빌려 잠자리에서 어떻다던가 하는 성적대상화까지 서슴지 않는 말들이 반드시 나온다. 

 

하지만 니힐은 그런거 없다. 

공식석상에서 코르셋을 입고 다니고 코르셋이 곧 평상복이기까지 한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뒷담화 조차 없다. 그저 주인공인 레나루벨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할뿐이다.

 

이 모든것을 니힐은 자신의 주먹하나로 이루어 냈다. 

한마디로 가장 강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역사상, 그리고 모든 이야기 속에서 이토록 강했던 황제는 니힐이 처음이라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원래는 웹툰으로 먼저 봤었지만 코르셋을 입고 무도회에 등장한 니힐에 충격을 받고 소설까지 읽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작가님은 이런 니힐의 퇴장을 내가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냈다. 주인공인 레나 루벨의 진가가 드러났고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이자 이 소설의 주제를 잘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니힐은 지은 죄에 비하면 너무 편하게 갔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니힐은 100년동안 폭군이었다. 역시 실제역사나 다른 창작물속에서 볼 수 없는 무자비한 폭군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폭군들은 어쨌든 나라를 유지하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게 목적이었지만 니힐의 목적은 나라 그자체에 대한 복수였다. 그 근간은 흔해빠진 복수였다고 해도 니힐의 행보는 비범했고 니힐이 끼친 폐해는 대단했다. 

 그라샤라는 나라를 황폐하게 만들었고 다른 나라들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었으며 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었지만 니힐은 사과 한마디만 하고 우아하게 사라져갔다.

 이 소설의 주제가 복수와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인 레나 루벨이 거의 유일하게 니힐과 원한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그래도 니힐에게 당한 사람들과 니힐이 죽은 후 그 뒷처리를 생각한다면 니힐은 정말 편하게 갔다.

 

요즘같이 뭐하나 흠잡을것이 없는지, 트집잡을 것이 없는지, 비난이건 비판이건 나쁜것만 찾는 냉정한 시대에 작가님이 이 소설에서 의도하는 바는 잘 알겠지만, 그래도 니힐에게 내려진 심판은 조금 아쉬웠다.

 

 

 

Posted by damk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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